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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지휘관, 내겐 전략 시뮬레이션이 있다 – 2화

speedq 2025. 11. 19. 22:56

회귀했더니 지휘관, 내겐 전략 시뮬레이션이 있다 – 2화


“지휘권은… 이제 학생에게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숲속. 탄 냄새와 피비린내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박성철 하사의 눈빛이 강혁을 꿰뚫고 있었다.
그 눈은 흔한 의심이나 경계와는 달랐다.
그는 수십 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노병만이 가진, 약점을 찾는 사냥꾼의 눈이었다.

"학도병이라고 했지? 소속이 어디야."

강혁은 심장이 두 배로 뛰는 걸 억누르며 천천히 대답했다.

"제3 학도병 부대입니다. 다부동 전투에서… 부대가 흩어졌습니다."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성을 갖고 있었다. 다부동은 당시 가장 처절한 전투였고, 실제로 많은 부대가 산산이 흩어졌다.
게다가 전선 상황이 복잡해, 박 하사라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울 터였다.

그러나 박 하사의 의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도… 이상하잖아."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네놈이 나타난 타이밍도, 그 귀신 같은 사격도. 그리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강혁을 노려보았다.

"—그 미군 복장의 놈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앞에서 북한군을 박살내던 그 부대. 네놈이 오자마자 사라졌지."

강혁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들켰나…?’

그는 애써 떨리는 숨을 삼키며 겁먹은 학생처럼 연기했다.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살려고 움직였을 뿐인데…"

김 일병이 불안하게 말을 보탰다.

"하사님, 그래도 이 학생 덕분에 우리가 산 건 사실 아닙니까. 방금 전 사격도, 아무리 봐도… 하늘이 도운 거라고 해야…"

"닥쳐, 김 일병."

박 하사의 짧고 단호한 말이 숲속 공기를 날카롭게 갈랐다.

"전장에서 우연은 없다. 기적도 없다. 있는 건 실력과, 죽음뿐이다."

그가 다시 강혁을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그런데… 너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어."

강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연기를 유지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라도 한 번만 실수하면, 그의 머리에 박하사의 총구가 겨눠질 터였다.

하지만 시스템은 냉정하고 정확했다.

[ ‘망자의 광산’에 영혼 21구가 도착했습니다. ]
[ ‘그림자 일꾼’으로 전환합니다. (자원 -210) ]
[ 현재 시간당 자원 생산량: +21 ]

강혁은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시스템을 내가 진짜 다 쓰게 될 줄이야.’

겉으로는 죽음의 공포를, 속으로는 군주로서의 성장 쾌감을 동시에 느끼는 기묘한 순간이었다.

능선으로 가자는 하사 vs 미니맵이 보여주는 죽음

잠시 후, 박 하사가 결론을 내렸다.

"일단 여기서 멀리 벗어난다. 남쪽 능선을 타고 빠지면 우리 방어선이 나올 거다."

그는 능선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능선은 시야가 좋아. 매복을 피할 수 있고, 지형도 단순해서 이동 속도가 빠르지."

군인으로서 완벽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문제는—그 길이 곧 적 수색대에게 점령될 길이라는 사실이었다.

강혁의 미니맵이 붉게 점멸했다.

[ 경고: 해당 경로, 15분 후 적 수색조(12명)와 조우 확률 98% ]

화면을 본 순간, 강혁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튀어나왔다.

"하, 하사님! 안 됩니다!"

박 하사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뭐라고?"

"아까… 총소리가 멎기 전에 저쪽 능선에서 발소리를 들었습니다. 분명 이쪽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위험합니다!"

박 하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디서 배운 소리야? 능선은 항상 보병이 선호하는 이동 경로다. 계곡으로 내려가면 포탄 한 방에 매몰될 수도 있어!"

"하지만—"

"입 다물지 못해?!"

박 하사가 강혁에게 다가서며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였다.

그러나 그 순간, 김 일병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를 붙잡았다.

"하사님! 한번만… 한번만 이 학생 말을 믿어봅시다. 아까도 이 학생이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는… 전부 죽은 목숨이었습니다."

박 하사는 숨을 고르며 김 일병을 쳐다봤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자신들은 이미 끝장나고 있었고, 그 절망을 뒤집은 건 강혁이었다.

그는 결국 이를 갈며 말했다.

"…좋다. 하지만 기억해라."

박 하사의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네놈 말이 틀리면 내 손으로 목을 비틀어버릴 거다."

계곡으로 가는 위험한 우회로

셋은 강혁이 지목한 마른 계곡으로 향했다.
계곡은 길이 좁고 울퉁불퉁해 몸을 낮추기 좋았지만, 그만큼 발소리도 잘 났다.

자갈 한 알만 굴러도 심장이 내려앉을 정도의 긴장감.

박 하사는 수십 년 동안 살아남은 감각으로 앞장섰고, 김 일병은 뒤에서 불안하게 총을 움켜쥐고 있었다.
강혁은 가운데서 미니맵을 계속 확인하며 움직였다.

‘…수색대, 200m 전방. 방향 전환 중.’

게임에서는 지루할 정도로 익숙한 정보였지만, 지금은 그 정보 하나하나가 셋의 생사를 결정지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셋이 이동하려 했던 바로 그 능선 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야, 리 동무. 여기서 쉬었다 가자우."
"기래. 어차피 남조선 놈들 다 줄행랑쳤다는데 뭘 그리 뛰어다니나."

박 하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김 일병은 숨을 참으며 눈을 감았다.

북한군 수색대.
그 숫자는 미니맵 그대로, 12명.

만약 조금만 늦거나 조금만 빨랐더라도——
셋은 지금 저들의 사격에 벌집이 되었을 것이다.

수색대가 멀어지자, 김 일병은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하… 하사님… 학생 말이… 맞았습니다…"

박 하사는 하늘을 한번 보고, 강혁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의심이 사라지고,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확신과 경외심만이 남았다.

그가 낮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

"…이봐, 학생."

"예, 하사님."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나?"

그 순간, 분대의 지휘권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강혁에게 넘어갔다.

이 전장에서
미래를 보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하나—— 강혁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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