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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dq 님의 블로그
회귀했더니 지휘관, 내겐 전략 시뮬레이션이 있다 – 3화 본문
회귀했더니 지휘관, 내겐 전략 시뮬레이션이 있다 – 3화

박성철 하사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강혁은 이미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시야 위에 떠오른 3D 전술 맵이 녹색의 안전 경로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곡을 따라 계속 남하하면 강이 나옵니다. 강을 만나면… 그 강변을 따라 이동하면 아군과 조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았다.”
박 하사는 짧게 중얼쳤다. 그 말투엔 더 이상 차가운 의심이 없었다. 대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기대어야만 한다’는 체념과, 묘한 신뢰가 뒤섞여 있었다.
세 사람의 도피는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 지옥 같은 행군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험했다. 바위와 자갈이 굴러 떨어지는 소리에 모두가 예민하게 반응했고,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굶주림은 더 심각했다.
입안은 바싹 말랐고, 속은 텅 비어 허기가 뼈를 파고들었다. 셋의 얼굴은 며칠 만에 눈에 띄게 야위었고, 군복은 산속을 헤집고 다니느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러다 어느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발견했을 때, 김 일병이 눈을 빛냈다.
“하사님! 여기 물이——”
그러나 강혁이 빠르게 그를 막았다.
“안 됩니다. 절대로 그냥 마시면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 유난 떠는구만.”
박 하사는 피곤한 얼굴로 중얼거리며 손을 물로 가져갔지만, 강혁의 진지한 눈빛이 그의 손을 멈추게 했다.
“정말입니다. 끓이지 않으면 장염 걸리고, 열나고, 설사합니다. 그러면…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럼 바로 죽는 겁니다.”
박 하사는 헛웃음을 지었다.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까지 말을 잘해?”
그러나 결국 강혁의 말대로 물을 끓였다. 삐걱거리는 알루미늄 반합을 불 위에 올려놓고 기다리면서 셋은 숨죽여 들판을 바라보았다.
끓여 마신 물은 뜨겁고 쓰디썼지만, 생존의 맛이었다.
그날 밤 셋은 생각보다 덜 아팠고, 덕분에 다음 날에도 움직일 수 있었다.
그 작은 ‘예방’ 하나가 이들의 생사를 가른 셈이었다.
■ 초콜릿 한 조각
행군 사흘째 되는 날, 모두는 한계에 다다랐다.
박 하사는 다리에 쥐가 나듯 떨며 주저앉았고, 김 일병은 거의 기절한 사람처럼 숨을 몰아쉬었다.
강혁도 온몸이 비틀어질 만큼 피곤했지만, 시스템 자원만큼은 꾸준히 쌓이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를 뒤적이는 척하면서 손바닥을 살짝 가렸다.
[ 아이템 ‘고급 초콜릿 바’를 구매합니다. (자원 -10) ]
손안에 따뜻한 온기로 ‘현실화된’ 은박지 포장 초콜릿이 쥐어졌다. 강혁은 그것을 조심스레 꺼내 두 사람에게 내밀었다.
“이게 뭔가…?”
“초콜릿이라는 겁니다. 먹어보세요.”
박 하사와 김 일병은 서로를 쳐다보다 조심스레 한 입을 베어 물었다.
다음 순간——
“……!”
말문이 막힌 둘의 표정은 거의 감동에 가까웠다.
달콤함이 혀 위에서 녹아들고, 칼로리가 온몸에 뜨겁게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김 일병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세상에… 이런 게… 진짜….”
박 하사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학생… 아니. 강혁아.”
그가 낮게 말했다.
“우릴 살리고 있구나. 계속…”
그날 이후, 그들은 강혁을 더 이상 '우연히 살아남은 학생'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민간인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그들의 분대를 이끄는 ‘리더’였다.
■ 다리 위의 위기
나흘째 되는 날, 계곡은 서서히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언덕 틈 사이로 낡은 목조 다리가 보였다.
폭격으로 일부가 부서져 있었지만, 여전히 건너갈 수 있을 만큼 형태는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다리 위에는——
소련제 군용 트럭 한 대가 바퀴가 빠진 채 기울어져 있었고, 그 주변을 북한군 다섯 명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전원 엎드려!”
박 하사의 목소리가 본능적으로 낮아졌다.
셋은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젠장… 돌아가야겠군.”
박 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상태로는 저놈들 다섯 명도 벅차.”
김 일병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탄약도 얼마 없어서… 정면으론 안 됩니다.”
바로 그때——
강혁의 시야에 시스템 창이 번쩍 나타났다.
■ 시스템의 제안
[ 기회 퀘스트: 적의 보급을 차단하라! ]
< 목표: 적 군용 트럭 및 호위 병력 섬멸 >
< 난이도: 어려움 >
< 보상: 자원 +1500, 고급 유닛 ‘M2 브라우닝 중기관총’ 설계도 1매 >
‘……M2 브라우닝?’
강혁은 숨이 막히는 듯했다.
2차대전부터 이어져온 ‘거의 기관포에 가까운 성능’을 가진 미군의 중기관총.
그것 하나면 이 작은 분대의 전력이 완전히 바뀐다.
참호전에서든 방어전에서든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건… 놓칠 수 없다.
강혁은 땅에 붙은 채 조용히 말했다.
“하사님. 저들은… 잡아야 합니다.”
“뭐?”
박 하사의 목소리가 턱 막혀 올라왔다.
“학생, 지금 미쳤어? 저놈들 다섯 명에, 우리 셋이야! 총알도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제가 합니다.”
강혁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두려워하는 학생의 것이 아니었다.
속삭이듯 차갑고 명확했다.
“하사님과 김 일병님은 저쪽 능선 바위 뒤에서 엄호 사격을 해주세요. 신호를 보내면, 트럭 타이어와 운전석에 동시에 사격해 시선을 끌어주세요.”
그는 계곡의 경사, 바위의 위치, 시야각을 정확하게 가리키며 말했다.
“그 사이 제가 측면으로 돌아 들어가 놈들의 뒤를 칩니다.”
“혼자서…?”
박 하사는 숨을 삼켰다.
“그건 자살행위다.”
“지금까지처럼…”
강혁은 고개를 들고 두 사람을 바라봤다.
“…저를 한 번만 더 믿어주세요.”
삼십 초가 영겁처럼 길게 느껴졌다.
박 하사는 두 눈을 감았다가 뜨고, 결심한 듯 짧게 내뱉었다.
“……알았다. 신호만 줘라.”
■ 보이지 않는 군대
세 사람은 흩어졌다.
박 하사와 김 일병은 능선 위로 올라가 조준 자세를 잡았다.
강혁은 최대한 몸을 낮추고 강가의 수풀을 타고 적의 측면으로 이동했다.
트럭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며 떠드는 북한군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저 트럭… 또 퍼졌나 보네.”
“공병 동무들은 뭐 하는겨?”
그들의 대화가 바람에 실려 들려왔다.
강혁은 숨을 고르고, 시스템 창을 열었다.
푸른 빛이 손끝을 감싸며 현실 위로 조용히 떠올랐다.
[ M1 개런드 소총분대 4기를 소환 대기열에 추가합니다. ]
[ 자원 -400 ]
푸른 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곧 그의 뒤편에서——
실체화되는 부츠 소리.
군용 장비들이 조립되는 금속성 마찰음.
그리고 숨을 죽인 군인들의 존재감.
이 세계의 누군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병사들.
그러나 강혁에게는——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군대였다.
강혁은 조용히 손을 들어 신호를 준비했다.
이제…
전장의 판도를 바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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